[민사 판결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3가단5078176 - 손해배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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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판 결

사 건 2023가단5078176 손해배상(기)

원 고 1. ~ 16. 성명 및 주소 생략

피 고 대한민국

변 론 종 결 2024. 2. 21.

판 결 선 고 2024. 6. 19.

주 문

1.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2.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

청 구 취 지

피고는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하여 2022. 11. 17.부터 이 사건 판결선

고일까지는 연 5%의, 그다음 날부터 다 갚는 날까지는 연 12%의 각 비율로 계산한 돈

을 지급하라.

이 유

1. 기초 사실

가. 원고들과 피고의 지위 및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영어영역 시험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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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원고들은 2022. 11. 17. 시행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에 응시하였던 사

람들로서, 전남교육청 76지구 제3시험장인 화순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렀다(2023학년

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이하 ‘2023학년도 수능’이라 하고, 위 시험장을 이하 ‘이 사건

시험장’이라 한다). 피고는 고등교육법 및 관련 법령에 따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시행

한 주체이다.

2) 2023학년도 수능의 제3교시 영어영역 시험은 13:10에서 14:20까지 70분 동안

실시하되, 13:07에 듣기평가 예비방송을 한 후 13:10부터 13:35까지 25분에 걸쳐 듣기

평가를 하고, 나머지 시간 동안 독해문항을 푸는 순서로 진행되도록 예정되었다.

나. 이 사건 시험장에서의 영어영역 시험 진행 경과

1) 2023학년도 수능 당일 이 사건 시험장에서 13:07경 듣기평가 예비방송을 하던

중 원인을 알 수 없는 방송시스템의 오류로 인하여 방송이 시험실(교실)에 송출되지

않았다.

2) 시험장에 상주하던 외부 방송시설 전문가가 방송 송출을 위하여 CD 교체, 방송

의 수동 전환1), 프로그램 OFF/ON을 시도하였으나 송출이 되지 않았고, 시험장 책임자

인 학교장이 대책 회의를 거쳐 13:10경 독해문항을 먼저 풀도록 결정하였다. 이에 복

도감독관이 시험실 감독관들에게 독해문항을 먼저 풀게 하도록 구두로 안내하여 시험

실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으나 13:12부터 13:14 사이에 전달되었다.

3) 다시 긴급 대책 회의를 거쳐 13:14경 시험장 책임자가 응시생들에게 4분의 추

가 시험시간을 부여하고 13:54에 듣기평가 방송을 송출하기로 결정하여 그 안내가 각

시험실에 전달되었다.

1) 방송을 컴퓨터프로그램으로 조작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조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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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3:54에 예비방송을 포함한 듣기평가 방송이 시작되어 14:22경 종료되었고, 영

어영역 시험은 시험시간 4분이 추가됨에 따라 14:24 종료되었다.

【인정 근거】다툼 없는 사실, 갑 제1 내지 4호증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원고들의 주장

피고가 이 사건 시험장에서 2023학년도 수능 영어영역 시험을 실시하면서 방송사

고와 그 대처 과정을 통하여, 듣기평가를 먼저 실시하고 독해문항을 푸는 학습 루틴대

로 준비하여 온 응시생인 원고들에게 혼란을 초래하고 시험에 영향을 끼쳤다. 이는 시

험 실시에 관한 주의의무를 위반한 불법행위이므로, 피고는 그로 인한 원고들의 정신

적 고통에 대한 금전적 배상으로 원고들에게 각 10,000,000원 및 이에 대한 지연손해

금을 지급하여야 한다. 피고가 주의의무를 위반한 구체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m 시험장의 방송시설을 사전에 점검하여 방송사고를 방지할 의무를 소홀히 하였

고, 방송실에 앰프에 연결 가능한 CD 플레이어를 준비하는 등의 준비도 소홀히 하였

다.

m 방송사고 등 돌발상황에 대비한 지침을 마련하여 감독관들에게 사전교육을 할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고, 응시생들에게 방송사고 발생 시 독해문항을 우선 풀고 듣기

평가가 나중에 방송될 수 있음을 공지하지 않았다.

m 복도감독관이 독해문제부터 풀라는 내용을 육성으로 외치거나 교실감독관이 안

내사항을 육성으로 안내하고, 듣기평가 시작 시각을 알리는 전체 방송을 실시하는 등

시험실에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장하였다.

m 2023학년도 수능 당일 13:12부터 독해문항 풀이시간인 45분이 마치기 전인

13:54에 듣기평가 방송이 시작됨으로써 45분 동안 지속해서 원고들이 독해문항을 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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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의 학습 루틴대로 시험을 치를 수 없었다. 독해문항을 푸는 중간에 듣기평가 예비

방송이 나옴으로써 시험에 방해를 받았고, 예비방송부터 시작하는 방송파일과 바로 1

번 문항부터 시작하는 방송파일을 따로 준비하는 등의 대안을 마련해 놓지 않았다.

3. 판단

가. 관련 법리

공무원의 행위를 원인으로 한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려면 ‘공무원이 직무를 집행하

면서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을 위반하여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때’라고 하는 국가배상

법 제2조 제1항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보통 일반의 공무원을 표준으로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그로 말미암아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 볼 수 있으

면 국가배상법 제2조가 정한 국가배상책임이 성립할 수 있다(대법원 2021. 10. 28. 선

고 2017다219218 판결 등 참조).

나. 이 사건 시험장의 영어영역 시험의 실시와 관련하여 공무원이 객관적 주의의무

를 소홀히 하고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는지

이 사건 시험장에서 듣기평가 방송이 예정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응시생인 원고들

은 당황하거나 혼란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제출된 증거들을 검토하여 볼 때,

이 사건 시험장에서 시험을 준비하고 실시한 공무원들이 그와 관련하여 객관적인 주의

의무를 소홀히 하였다거나 객관적 정당성을 상실하였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그 주된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2023학년도 수능을 앞두고 이 사건 시험장을 포함한 전남 지역의 시험장들에

대하여 2022년 9월 방송시설 현장 점검이 실시되었고, 2022년 10월 이 사건 시험장의

앰프와 마이크 등이 교체되었다. 2022. 10. 26. 이 사건 시험장과 봉황고등학교 시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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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대하여 방송시설 유지ㆍ보수 부분을 포함한 수능시험 운영 계획 점검이 있었고,

2022년 11월에는 여러 차례 이 사건 시험장의 방송 점검이 이루어졌으며, 2022. 11.

16. 전라남도교육청 파견관이 방송시설을 포함한 시험장 준비상황을 점검하였으나 방

송과 관련한 문제는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시험을 위하여 외부의 방송시설 전문가가

상주하고 있었다.

한편 이 사건 시험장 방송실에 방송용 CD 플레이어가 작동하지 않을 때를 대비하

여 앰프에 연결할 수 있는 휴대용 CD 플레이어가 준비되어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

다. 그러나 일단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연결하였다면 정상적으로 시험실에 방송이 송

출될 수 있었는지도 이 사건에서 불분명하다. 그뿐만 아니라 외부의 방송시설 전문가

가 당일 13:07부터 13:10까지 3분이라는 매우 짧은 사이에 여러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

었고 해결되지 않자 시험장 책임자가 잠시 후인 13:14경 듣기평가를 제일 나중에 실시

하기로 결정하였다. 이는 방송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자 듣기평가를 잠시 미루어 시

험시간 중간에 실시하는 것보다 제일 나중에 실시하는 것이 더 낫다는 합리적인 판단

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연결하여 방송을 시도하는 것이 3분

정도의 짧은 내에 가능했고 또 그 방법이 이 사건에서 외부 방송시설 전문가가 한 조

치보다 분명하게 더 나은 방법이었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문제가 바로 해결되지 않는

이상 어차피 듣기평가를 제일 나중에 실시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보이며 실제로 뒤에

실시한 듣기평가 방송은 문제없이 진행되었던 것을 볼 때, 휴대용 CD 플레이어가 준비

되어 있었는지 여부는 이 사건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보인다.

그리고 원고들은 이 사건 시험장의 방송시스템에 가비지 파일이 쌓여 오류가 발생

한 것이고 피고 측이 가비지 파일 제거를 통한 시스템의 안정화를 게을리한 잘못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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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고도 주장하나, 가비지 파일이 쌓여 있었다거나 그로 인하여 이 사건 시험장의 방송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고 추단할 증거가 없다.

결국 피고 측이 이 사건 시험장의 방송시설을 점검하거나 준비할 주의의무를 소홀

히 하였다고 할 수 없다.

2) 피고 측이 미리 마련하여 배포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유의사

항”은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업무처리지침”에 따라 작성된 것이다. 위 유의사

항은 ‘듣기평가 문제 발생 시 대처 요령’이라는 항목에서 전체 시험장에서 듣기평가가

제시간에 시작되지 못한 경우, 신속한 조치가 가능한 경우라면 수험생에게 잠시 대기

하도록 하고 조치 완료 후 듣기평가를 실시하며 추후 대기시간 등을 반영하여 시험 종

료시간을 조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원인 불명 또는 기기 고장 등으로 신속한 조치가

불가능한 경우라면 듣기평가를 제외한 독해 문항을 먼저 응시하도록 하고 조치 완료

후 듣기평가를 실시하되, 필요시 시험장 책임자는 상황 파악 및 조치사항 결정, 안내

등에 소요된 시간을 감안하여 시험 종료시간을 조정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실제로 이

사건 시험장 책임자는 원인을 알 수 없이 듣기평가 방송이 송출되지 않은 후 위 유의

사항대로 독해 문항을 먼저 응시하도록 하고 시험 종료시간을 조정하였다. 그렇다면

피고는 방송사고 등에 대한 지침을 미리 마련하고 감독관들에게 그에 관한 사전교육을

하였으므로, 그에 관한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였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방송사고가 발

생하는 이례적인 경우에 듣기평가가 나중에 방송될 수 있음을 응시생들에게 미리 공지

할지는 재량에 따른 판단이 필요한 사항으로, 그러한 공지를 할 의무가 있다고까지는

할 수 없다.

3) 대학수학능력시험은 공정성에 대한 요구가 매우 큰 시험으로, 이를 위하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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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의 통신기기 사용 등도 제한된다. 시험장의 안내가 복도와 교실의 감독관들을 통하

여 육성으로 이루어졌다고 하여 잘못된 방법이라고 할 수 없고,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그 전파가 이루어졌으며, 신속하고 획일적인 전파가 이루어져야 하는 급박한 상황이었

다. 듣기평가 시작 시각을 미리 전체 방송으로 알린 것도 응시생들의 혼란을 막고 시

험의 진행을 예측하게 하려는 것으로서 합리적인 조치이다. 위와 같은 감독관들의 육

성 안내나 방송이 시험장의 정숙을 다소 방해한 면이 있었더라도 이는 듣기평가 방송

이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은 데에 따른 부득이한 일이었다고 보인다. 더구나 시험에서

방송이나 감독관에 의한 안내는 통상적으로 이루어지는 일이다.

4) 기존에 대비하여 온 것과 달리 듣기평가 방송이 나중에 진행됨으로써 원고들이

사실적으로는 시험을 치르는 데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수학능력시험의

영어영역 시험이 듣기평가를 제일 먼저 실시하는 방식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는 법령

상의 근거가 없음은 물론 그와 같이 볼 다른 근거도 찾기 어렵다. 오히려 앞서 본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감독관 유의사항”은 방송사고가 있는 경우 듣기평가가

나중에 실시될 수 있음을 예정하고 있다. 이 사건에서처럼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 사건 시험장에서 시험 시작이 지연되어 13:12부터 독해 문항의 풀이가 시작되고

나중에 듣기평가 방송이 실시된 후 14:24 종료됨으로써 응시생들에게 결과적으로 원래

의 시험시간인 70분보다 2분이 추가된 72분의 시험시간이 부여되었다. 시험장 책임자

가 시험시간 4분을 추가하여 실제 시험시간으로 2분가량이 추가되게 한 것은 예기치

못한 방송사고로 인한 시험의 지연과 그에 따른 안내 등을 고려한 것으로, 응시생들이

독해 문항 시험을 치르는 중에 듣기평가 예비방송이 시작되어 사실적인 영향을 받기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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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지만, 예비방송 중에 독해문항을 푸는 것이 가능하고 예비방송 시간인 3분에 가까

운 2분의 추가 시험시간을 받았다. 또한 앞서 보았듯이 이례적인 사정이 발생할 경우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하는 것도 시험 실시 준비 과정에서 예정되어 있었다. 이러한

사정들을 고려하면, 이 사건 시험장에서 듣기평가를 나중에 실시한 것이 합리성이나

정당성을 결여하였다고 할 수는 없다. 다만 독해 문항부터 풀라는 안내가 13:12 모든

시험실에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아 시험실에 따라서 부여받은 시험시간이 2분가량 차이

가 남으로써 실질적인 추가시간 2분을 부여받지 못한 응시생들이 있었고, 이는 그들에

게 불공평한 결과가 되었다. 그러나 70분의 시험시간은 부여되었고, 급박하게 의사를

결정하고 실행하여야 하는 입장에서 그 부분까지 오차 없이 획일적으로 진행하도록 요

구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리고 피고 측에 예비방송 없이 1번 문항부터 바로 시작하는 듣기평가 방송파일을

준비하여야 할 의무까지 있다고 할 근거는 부족하다.

5) 이 사건 시험장의 듣기평가 방송과 관련한 공무원들의 준비와 실시, 사고 후 대

처가 미진한 면은 있다. 이를테면 독해 문항부터 풀라는 안내가 13:12 모든 시험실에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았던 점이다. 그러나 방송시설 등을 나름대로 철저하게 준비하였

고, 방송사고가 발생하자 미리 준비한 지침에 따라 대처 방안에 관하여 신속하게 합리

적인 의사결정이 이루어졌으며 제대로 수행되었다. 사후적으로 따져 가장 최선의 방법

들을 택하지 않았음을 들어 주의의무를 위반하였다고 탓할 수는 없고, 객관적 정당성

을 잃었다고는 더더욱 하기 어렵다.

다. 소결론

학창 시절 동안 준비해온 중요한 시험에서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여 사실적인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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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을 입은 원고들의 입장은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사건은 공무원들의 준비

와 대처가 완벽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니고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질 정도로 공무

원들이 주의의무를 게을리하여 법령을 위반하였는지 이다. 시험의 실시와 대처 과정에

서 관련 공무원들이 객관적 주의의무를 소홀히 하고 객관적 정당성을 잃었다고는 인정

하기 어려우므로, 원고들에 대하여 피고가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는 원고들의 주장은 받

아들이지 않는다.

4. 결론

원고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한다.

 

판사 김민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