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결문] 인천지방법원 2023노4055 - 직무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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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 천 지 방 법 원

제 1 - 3 형 사 부

판 결

사 건 2023노4055 직무유기

피 고 인 1. A (74-1),

2. B (98-2),

항 소 인 쌍방

검 사 박세혁(기소), 정성욱(공판)

변 호 인 법무법인 명문(피고인 A를 위하여)

담당변호사 이상일, 박흥준, 김다연, 한정식, 오금택

법무법인 제승(피고인 B을 위하여)

담당변호사 오진욱, 장보윤, 김병준

원 심 판 결 인천지방법원 2023. 9. 21. 선고 2022고단8871 판결

판 결 선 고 2024. 7. 25.

 

주 문

피고인들을 각 징역 1년에 처한다.

다만 이 판결확정일로부터 각 3년간 위 형의 집행을 유예한다.

피고인 A에게 400시간, 피고인 B에게 280시간의 각 사회봉사를 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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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유

1. 항소이유의 요지

가. 피고인 A

1)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피고인 A는 순간적으로 판단을 잘못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뿐 직무를

의식적으로 방임하거나 포기한 것은 아님에도 원심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

하여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2) 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은 너무 무거

워서 부당하다.

나. 피고인 B(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형(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명령 120시간)은 너무 무거워

서 부당하다.

다. 검사(양형부당)

원심이 선고한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다.

2. 피고인 A의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주장에 관한 판단

피고인 A는 원심에서도 이 부분 항소이유와 동일한 취지의 주장을 하였고, 원심은

원심 판결문 ‘피고인 A 및 그 변호인의 주장에 대한 판단’에서 이에 대한 판단을 자세

히 설시하면서 피고인 A의 주장을 배척하고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하였다.

원심 판결 이유를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과 대조하여 면밀하게 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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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피고인 A가 주

장하는 것과 같은 잘못이 있다고 할 수 없다. 피고인 A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

3. 피고인들 및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에 관한 판단

이 사건은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의 집 문을 계속 발로 차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

동한 경찰관들이 사건을 조사하고 있는 현장에서 가해자가 피해자 가족을 칼로 찔렀음

에도 아무런 조치 없이 현장을 이탈하였고, 피해자 가족들은 계속 가해자와 싸우다가

중한 상해를 입게 된 사건이다.

피고인 A는 당심에 이르러서까지 자신은 실내에서 무전기가 터지지 않을 경우를 대

비하여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한다고 순간적으로 잘못된 판단을 한 것 뿐 직무를 유기한

것이 아니라는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하고 있다. 피고인 B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한

다고 하면서도 가해자인 C이 피해자 D을 찌른 것은 피고인 B이 막을 수 없는 것이었

다거나, 이러한 경우에 대비한 훈련을 받지 못하였다거나, 경찰이 물리력을 사용할 경

우 진정당하는 일이 다반사라거나, 최선을 다해 구급차 지원을 요청하였는데 그 상황

에서 피해자들 대신 칼에 찔리기라도 하였어야 하는 것이냐며 본인의 억울함만을 항변

하고 있다.

경찰관이 현장에 있다고 하여 모든 범죄의 발생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님이 당연하

다. 피고인들에게 가해자 C이 피해자 가족을 찔러 상해를 입힌 것에 대한 죄책을 지게

할 수도 없다. 그러나 현장에서 강력 범죄가 일어나고 있음을 지근거리에서 인지한 경

찰관이라면 마땅히 범죄 피해자의 생명과 신체를 최우선적으로 보호하기 위하여 가해

자를 제지하고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할 것이다. 피고인들은 그러한 경우에 대비한 방검

장갑, 3단봉, 리볼버 권총, 테이저건 등도 소지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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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피고인 B은 자신도 칼에 찔릴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피해자들을 그 자리

에 두고 빌라 밖으로 도망쳤고, 피고인 A는 피해자 구호를 요청하기 위하여 피고인 B

과 함께 빌라 밖으로 나갔다고 주장한다. 일반인의 상식에 의하더라도 가해자가 칼을

들고 피해자를 찌른 상황이라면 가해자를 제지하고 피해자들을 가해자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우선이다. 가해자와 피해자들을 그대로 놓아두면 피해자들의 피해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렇게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구급차를 먼저 부르기 위하여 빌라

밖으로 나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다1). 피고인들의 가족이 그렇게

칼에 찔렸어도 구급차를 먼저 불러야 한다는 판단착오를 일으켰을 것인지, 훈련을 받

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두려워 도망쳤을 것인지 피고인들에게 묻고 싶다.

피고인들이 현장을 이탈하는 바로 그 순간, 25세인 피해자 E은 어머니가 칼에 찔리

는 것을 보고 맨손으로 가해자의 칼을 붙잡고 버텼고, 65세인 피해자 F은 아내와 딸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현장으로 뛰어 올라가 맨몸으로 칼을 든 가해자와 몸싸움을 벌여

가해자를 제압하였다. 피해자 D은 뇌경색 및 편마비로 인해 반신불수 상태에 이르게

되었고 피해자 F, E이 입은 상해 역시 가볍지 않다. 가해자가 칼을 들고 공격해오는

상황에서 그 자리에 있던 경찰관이 도망을 가고, 도와달라고 소리쳐도 오지 아니하였

을 때, 피해자들이 가해자와 맨손으로 싸우면서 막대한 절망과 배신감을 느꼈을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피해자들은 피고인들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직무유기 범행은, 대한민국 경찰관은 범죄가 발생하면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는 국민들의 신뢰를 깨뜨렸

1) 피고인 A는 비명 소리가 한 차례에 그쳤고 추가적인 비명 소리는 없어서 가해자를 빨리 제압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
였다고 주장하고, 피고인 B은 가해자가 이미 피해자 D의 목에 칼을 꽂은 상황이어서 추가적인 행위를 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하였다고 주장하나, 이를 가해자의 범행이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고 믿을 만한 사유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다(심지어 피고인
A는 현장과 가해자/피해자의 상황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구급차 지원 요청을 위하여 현장을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람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구급차가 도착한다고 하여 가해자를 제압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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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 몸 바쳐 묵묵히 헌신하는 대다수 경찰관들의 자긍심을 무

너뜨렸다.

원심이 선고한 각 형은 너무 가벼워서 부당하므로, 피고인들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

유 없고 검사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검사의 항소는 이유 있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4조 제6항에 의하여 원심판

결을 파기하고(검사의 항소를 받아들여 원심판결을 파기하는 이상 따로 피고인들의 항

소를 기각하지는 않는다), 변론을 거쳐 다시 아래와 같이 판결한다.

[다시 쓰는 판결 이유]

범죄사실 및 증거의 요지

이 법원이 인정하는 범죄사실과 그에 대한 증거의 요지는 원심판결의 각 해당란 기재

와 같으므로, 형사소송법 제369조에 따라 이를 그대로 인용한다.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각 형법 제122조, 제30조, 징역형 선택

1. 집행유예

각 형법 제62조 제1항

1. 사회봉사명령

형법 제62조의2

양형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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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항에서 살펴 본 여러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피고인들에게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하더라도 무겁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직무유기죄의 법정 최고형이 징역

1년인 점, 원심과 비교하여 볼 때 근본적 사정변경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점, 이 사

건 범행일시로부터 2년 반이 넘는 시간이 경과한 점, 피고인들은 초범인 점, 피고인 A

는 반평생을 몸담아온 경찰 조직에서 불명예 퇴직한 점, 피고인 B은 당시 근무를 시작

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아니하였고 사수의 지시에 따라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던 점, 피

고인 B이 우울증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점, 그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기록 및 변론에 나타난 여

러 양형 조건들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은 형을 정한다.

재판장 판사 이수민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이정민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정우영 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