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판결문] 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2024고합17 - 살인미수, 출입국관리법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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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지방법원 영월지원

제 1 형 사 부

판 결

사 건 2024고합17 살인미수, 출입국관리법위반

피 고 인 A

검 사 박성종(기소), 홍광범(공판)

변 호 인 변호사 고용균(국선)

판 결 선 고 2024. 8. 22.

 

주 문

피고인을 벌금 5,000,000원에 처한다.

피고인이 위 벌금을 납입하지 아니하는 경우 50,000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피고인을

노역장에 유치한다.

위 벌금 상당액의 가납을 명한다.

이 사건 공소사실 중 살인미수의 점은 무죄.

 

이 유

범죄사실

피고인은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그 체류자격과 체류기간의 범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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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 체류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18. 8. 16.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단기 방문 체류자격

(C-3-4)으로 대한민국에 입국한 후 체류기간 10일을 지나 2024. 5. 12.까지 대한민국

에서 체류하였다.

증거의 요지

법령의 적용

1. 범죄사실에 대한 해당법조 및 형의 선택

출입국관리법 제94조 제7호, 제17조 제1항(벌금형 선택)

1. 노역장유치

형법 제70조 제1항, 제69조 제2항

1. 가납명령

형사소송법 제334조 제1항

양형의 이유

피고인이 체류자격을 벗어나 국내에 체류한 기간이 장기간인 점(약 5년 9개월)은 피

고인에게 불리한 양형요소에 해당한다. 그러나 피고인이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점, 국내에서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 피고인에

게 참작할만한 사정 그 밖에 피고인의 연령, 성행, 범행의 동기, 경위, 수단과 결과, 범

행 후의 정황 등 이 사건 변론에 나타난 모든 양형조건을 종합하여 주문과 같이 형을

정한다.

무죄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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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소사실

피고인과 피해자 B(남, 24세)는 베트남 국적의 외국인으로 강원 정선군에 있는 인력

사무소 외국인 근로자 숙소에서 동거하는 사이이다.

피고인은 2024. 5. 12. 22:30경 위 외국인 근로자 숙소 거실에서 피해자와 술에 만취

한 상태로 알 수 없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피해자가 주방에서 식칼 두 자루를 꺼

내 “너와 나 칼을 하나씩 들고 싸우자”고 말하고, 가만히 있는 피고인에게 “왜 안 찌르

냐, 어차피 찌르지도 못하면서 왜 전화를 걸었냐”는 등의 말과 함께 욕설을 하면서 피

고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자, 화가 나 팔을 휘둘러서 피해자가 들고 있던 칼을 쳐낸 후

피해자가 떨어뜨린 칼을 주워 피해자를 향해 던지고, 계속해서 침실에 들어가 피해자

가 사용하던 베개 아래에 있던 식칼(총 길이 : 약 33cm, 날 길이 : 약 22cm)을 갖고

나와 위 식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1회 힘껏 찔러 피해자를 살해하려 하였으나, 피해자

가 현장에서 도망하여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C에게 구조를 요청하여 병원에서 치료

를 받게 하는 바람에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약 4주간의 치료가 필요한 복

벽 앞면의 자창, 강내로의 열린 상처가 있는 그물막의 손상, 전완부의 창상, 복부의 근

육 손상 등의 상해를 가하는데 그쳤다.

이로써 피고인은 피해자를 살해하려다 미수에 그쳤다.

2. 피고인과 변호인 주장의 요지

피고인이 공소사실 기재 행위를 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이는 피해자가 피고인의 목

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하자 생명이 위태롭게 될 것 같은 공포, 경악, 흥분상태에서 예

상되는 피해자의 공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의도 하에 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찌르게

된 것으로, 살인의 고의가 인정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형법 제21조 제3항의 불가벌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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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방위에 해당한다.

3. 살인의 고의 인정여부

가. 관련법리

살인죄에 있어서의 고의는 반드시 살인의 목적이나 계획적인 살해의 의도가 있어

야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타인의 사망의 결과를 발생시킬 만한

가능성 또는 위험이 있음을 인식하거나 예견하면 족한 것이고 그 인식이나 예견은 확

정적인 것은 물론 불확정적인 것이라도 소위 미필적 고의로도 인정된다. 그리고 피고

인이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는 없었고 단지 상해 또는 폭행의 범의만 있었을 뿐이라고

다투는 경우에 피고인에게 범행 당시 살인의 범의가 있었는지 여부는 피고인이 범행에

이르게 된 경위, 범행의 동기, 준비된 흉기의 유무·종류·용법, 공격의 부위와 반복성,

사망의 결과 발생 가능성 정도 등 범행 전후의 객관적인 사정을 종합하여 판단할 수밖

에 없다(대법원 2001. 3. 9. 선고 2000도5590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이 법원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

들, 즉 ①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용한 식칼은 전체 길이는 33cm, 날 길이는 22cm에

이르고, 사람의 중요 부위를 찌를 경우 사용 방법에 따라 충분히 사망의 결과를 발생

시킬 수 있는 흉기로 판단되는 점, ② 해부학적으로 복부는 사람의 생명 활동에 핵심

적인 역할을 하는 위, 간 등의 기관이 다수 위치하고 있어 사람의 복부를 칼로 찌를

경우 장기손상이나 과다 출혈 등으로 사망의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다는 것을 어

렵지 않게 예측할 수 있는 점, ③ 피고인의 행위로 인해 피해자의 가슴과 배꼽 사이에

세로로 약 4cm, 깊이는 약 4~5cm 정도의 상처가 발생하였고, 신체에 과다한 출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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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생하여 사건 현장에는 다량의 혈흔이 산재되었고, 피해자의 장기가 일부 돌출되기도

한 점, ④ 피고인은 사건 현장에서 상당량의 피를 흘리고 있는 피해자에 대해 별다른

구호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가만히 있었던 점을 종합하면 피고

인이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할 가능

성 내지 위험이 있음을 인식 또는 예견하였다고 봄이 타당하다. 즉, 피고인에게 살인의

고의는 인정된다. 피고인과 변호인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는다.

4.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 인정여부

가. 관련법리

피고인의 행위가 위법성을 조각하는 정당방위에 해당하려면 ‘자기 또는 타인의 법

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라는 방위상황에 직면하여 법익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를 한 경우로서 그에 ‘상당한 이유’를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형법 제21조 제1항

참조). 다만 방위행위가 정도를 초과하여 정당방위에 해당할 수 없더라도 제반 정황을

고려할 때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는 때에는 그 형을 감경할 수 있고(같은 조 제2항),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의 공포, 경악, 흥분 또는 당황으로 말미암아 이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때에는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게 된다(같은 조 제3항).

정당방위의 성립요건으로서 방어행위는 순수한 수비적 방어뿐 아니라 적극적 반격

을 포함하는 반격방어의 형태도 포함하고, 그러한 행위에 이르게 된 상당한 이유가 있

는지는 침해받는 법익의 종류, 정도, 침해의 방법, 침해행위의 완급과 방위행위가 침해

할 법익의 종류, 정도 등 일체의 구체적 사정들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하며(대법원

1992. 12. 22. 선고 92도2540 판결, 대법원 2007. 4. 26. 선고 2007도1794 판결 등 참

조), 상당성을 결여한 방어행위도 과잉방위로 형을 감면하거나 처벌대상에서 제외할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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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으나(대법원 1986. 11. 11. 선고 86도1862 판결 등 참조), 방어가 아닌 공격을 위한

행위나 사회통념상 방위행위로서 한도를 넘은 것이 분명한 행위는 정당방위는 물론 과

잉방위로도 볼 수 없다(대법원 2000. 3. 28. 선고 2000도228 판결, 대법원 2001. 5. 15.

선고 2001도1089 판결 등 참조).

나. 판단

1) 이 사건 공소사실에 대하여 피고인과 피해자는 사건 당시 만취 내지 흥분 상태

로 인하여 명확한 기억을 하지 못하고 있다.1) 반면, 위 공소사실에 대한 유일한 목격

자인 D는 인력사무소를 운영하는 업주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

은 취지로 명확하게 진술하였다. “① 피고인이 집에 돌아왔을 때 피해자는 칼을 들고

나와서 피고인한테 ‘왜 문자를 했냐. 전화를 계속 했냐’고 말했고 칼로 한번 찔러보라

고 했다. ② 피해자가 피고인한테 계속 욕을 하면서 ‘왜 안 찌르냐. 감히 찌르지도 못

하면서 왜 도전전화를 걸었냐’고 물었다. 피고인은 칼을 받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서 피해자가 욕하는 것을 듣기만 했다. ③ 피고인은 앉아있기만 했는데 갈수록 피해자

가 더 큰 목소리로 끝없이 욕하면서 찔러보라고 했다. ④ 피해자가 한참을 피고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니까 피고인이 더 이상 참지 못해 팔을 휘둘러서 칼을 멀리 날렸다.

⑤ 피해자가 칼을 다시 잡아 피고인을 찌르려고 하니까 피고인이 도망갔는데 피해자는

피고인을 찌르기 위해 방 안에서 피고인을 쫓아다녔다. ⑥ 피고인은 침실로 도망가서

다른 새 칼을 꺼냈다. ⑦ 그러다가 피해자가 배를 잡고 피를 흘리는 것을 보고 저는

도망갔다.” 이러한 D의 진술 내용은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 어려운 부분까지 상세

1) 피해자는 사건 당시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는 입장이고, 피고인은 피해자가 칼을 목에 들이대
고 그 칼을 빼앗아 찌른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고 진술하였다가, D의 진술을 듣고난 이후에는
‘칼로 찌른 경위가 기억나지 않으며 D의 진술이 사실일 것 같다’고 진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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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게 진술하고 있고, 달리 허위로 진술할 동기를 찾기 어려우므로 믿을 수 있다.

2) 위와 같이 믿을 수 있는 D의 진술 내용에 더하여 기록에 의하여 인정되는 다음

과 같은 사정들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사회통념상 방위행위의 범위 내에 있는

형법 제21조 제3항의 과잉방위로서 야간 기타 불안스러운 상태 하에서 공포, 경악, 흥

분 또는 당황으로 인한 때에 해당하여 벌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 피해자가 피고인의 목에 칼을 들이대고 위협한 행위는 피고인의 생명, 신체

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행위라고 할 것이고, 이에 대항하여 칼을 휘두른 피고인의

행위는 그 경위, 목적, 수단, 피고인의 의사 등 여러 가지 사정에 비추어 볼 때 비록

방위행위의 정도를 초과한 것으로 보이긴 하나, 방위상황과 무관한 적극적인 공격행위

로 나아간 것으로 보기는 어려워 여전히 그 침해를 방어하기 위한 행위라고 평가할 수

있다.

나) 피고인은 피해자의 공격에 대해 곧바로 반격한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들고

있던 칼을 쳐내었고, 계속해서 피해자가 칼을 들고 쫓아오자 부득이하게 칼로 피해자

를 공격하게 되었는데, 피고인은 치명적인 힘을 행사하기에 앞서 후퇴할 의무를 이행

하였다.

다) 피고인에 대한 침해행위는 피해자가 목에 칼을 들이대며 위협하고, 피고인이

이를 뿌리쳤음에도 계속해서 칼을 들고 피고인을 쫓아온 것으로, 피고인의 생명에 구

체적인 위험을 발생케 한 것이다. 이에 반해 피고인은 그 반격행위로서 칼로 피해자의

복부를 1회 찔러 자신의 생명에 대한 침해행위가 임박한 피해자를 제지하였고, 그 이

후 피해자가 더 이상의 침해행위를 할 가능성이 없었다는 점을 인식하고 추가적인 반

격행위에 나아가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에 대한 구체적인 위험을 느낀 피고인이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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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지하기 위하여 한 방어행위가 사회통념상 방위행위로서의 한도를 넘었다고 보이진

않는다.

라) 사건 당시는 22:30경으로 야간이었고, 비록 피고인과 피해자의 공동주거이기

는 하나 그 주거지에서 피해자로부터 갑작스럽게 위협을 당한 피고인으로서는 달리 회

피할 장소가 없었다. 피해자는 상당히 만취한 상태로 가만히 있는 피고인을 상대로 계

속하여 욕설하고 칼로 위협하였으며, 이를 뿌리치고 도망치는 피고인을 칼로 찌르려고

쫓아오는 등 정상적인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피고인으로서는 극히 짧은 시

간 내에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당황한 상태에서 자신의 생명, 신체에 대한 위협을

막고자 위와 같은 행위에 이른 것이라고 봄이 상당하다.

5. 결론

따라서 위 공소사실은 범죄로 되지 아니하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전단에 의하여 무죄를 선고하고, 형법 제58조 제2항 단서에 의하여 무죄판결의 요지를

공시하지 않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이민형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정세영 _________________________

판사 여동근 ___________________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