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판결문]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나69175 - 채무부존재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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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울 중 앙 지 방 법 원
제 1 - 3 민 사 부
판 결
사 건 2024나69175 채무부존재확인
원고, 피항소인 A
피고, 항소인 B
제 1심판결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0. 30. 선고 2024가단5359278 판결
변 론 종 결 2025. 3. 21.
판 결 선 고 2025. 4. 18.
주 문
1.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
2. 항소비용은 피고가 부담한다.
청구취지 및 항소취지
1. 청구취지
원고의 피고에 대한 2024. 8. 2.자 대출계약에 기한 원금 20,000,000원과 이에 대한
이자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함을 확인한다.
2. 항소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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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심판결을 취소한다.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
이 유
1. 기초사실1)
가. 원고는 2024. 8. ○. 18:23경 C를 사칭한 성명불상자(이하 ‘성명불상자’라 한다)로
부터 ‘D 보상1팀 C 팀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원고가 □□ 사기 피해자로 확인되
어 보상금 2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전화를 받았다.
나. 원고는 2024. 8. 2. 11:28경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보상금을 받으려면 신분증을
촬영하여 보내 달라’는 전화를 받고 11:35경 원고의 운전면허증 사진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하였다. 원고는 같은 날 11:44경 성명불상자로부터 ‘피해보상금을 받을 계좌번호를
알려주면 200만 원을 입금해 주겠다’는 전화를 받고 원고 소유 E계좌(F)를 성명불상자
에게 알려주었는데, 이후 성명불상자는 원고에게 ‘200만 원이 아니라 2,000만 원을 잘
못 입금하였으니 현금자동지급기로 가서 1,800만 원을 계좌로 입금해달라’고 요구하였
다. 이에 원고의 아내는 13:51경 성명불상자가 알려준 I 소유 E계좌(G)로 600만 원씩
3회 총 1,800만 원을 이체하였다.
다. 한편, 성명불상자는 2024. 8. 2. 12:00경 피고에 대하여 ① 원고 명의의 휴대전화
에 전송된 인증번호 입력, ② 원고의 운전면허증 사진 전송, ③ 원고 명의의 타행계좌
에 1원 송금, ④ H 인증서를 통한 인증 과정을 거쳐 원고 명의로 일반자금대출을 신청
하여 대출금액 2,000만 원, 여신기간 만료일 2026. 8. 2., 이율 연 9.97%로 정하여 대
출거래약정(이하 ‘이 사건 대출약정’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1) 비실명처리 과정에서 일부 수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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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 근거] 다툼 없는 사실, 갑 제1~5, 7, 8호증, 을 제1~3호증(가지번호 있는 것은
가지번호 포함)의 각 기재, 변론 전체의 취지
2. 당사자 주장의 요지
가. 원고
이 사건 대출약정은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명의를 모용하여 체결한 것이고, 피고는
비대면으로 이루어진 이 사건 대출약정을 체결함에 있어 취하여야 할 본인확인의무를
다하였다고 볼 수 없으므로, 이 사건 대출약정은 원고에게 효력이 없다.
나. 피고
피고는 비대면 실명확인 관련 구체적 적용방안’(이하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이라 한
다) 중 ① 실명확인증표인 운전면허증 사본 인증, ④ 기존계좌 활용 절차를 중첩적으로
거치고, 여기에 보완절차로 ⑥ 타 기관 확인결과 활용 절차, ⑦ 다수의 개인정보 검증
을 거침으로써 본인확인의무를 충실히 이행하였다. 따라서 이 사건 대출약정 신청 시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 기본법(이하 ‘전자문서법’이라 한다) 제7조 제2항 제2호의 ‘원고
의 의사에 기하였다고 믿을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므로 이 사건 대출약정은 적
법․유효하다.
3. 판단
1)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의사에 따라 작성된 것이 아닌 경우에 관하여 전자문서법
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 규정들이 존재한다.
우선, ①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대리인에 의하여 송신되거나, ② 자동으로 전자문
서를 송신ㆍ수신하도록 구성된 컴퓨터프로그램이나 그 밖의 전자적 수단에 의하여 송
신된 경우에는 작성자가 송신한 것으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고(전자문서법 제7조 제1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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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 2호), 수신된 전자문서가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과의 관계에 의하여 수신자가 그
것이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제7조 제2항 제2호)에는 전자문서의 수신자는 전자문서에 포
함된 의사표시를 작성자의 것으로 보아 행위할 수 있다.
반면, 전자문서가 작성자의 것이 아님을 수신자가 알았던 경우나 상당한 주의를
하였거나 작성자와 합의된 절차를 따랐으면 알 수 있었을 경우에는 위 제7조 제2항 제
2호를 적용하지 않는다(제7조 제3항 제2호). 결국 금융회사 등이 상당한 주의를 하면
전자문서 송신자가 무권한자임을 알 수 있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작성명의자의 의
사에 의하지 않고 송신된 전자문서의 효력은 명의자에게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전자문서법은 원칙적으로 전자문서를 작성자가 송신한 것으로 보고, 설
령 전자문서가 작성명의자의 의사와 무관한 것이더라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이를 신뢰
하고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나 그 경우에도 ‘정당한 이유’를 요하고, ‘수신자의 악의,
과실’이 있는 경우 정당한 이유를 인정하지 않는 등 법적 장치를 통하여 의사에 반하
는 전자문서에 의한 작성명의자 등의 피해자를 보호할 수단을 마련하고 있다.
2) 금융실명법 제3조는 ‘금융회사 등은 거래자의 실명으로 금융거래를 하여야 한
다’라고 규정하여, 금융회사 등에게 거래자의 실명을 확인하여야 할 의무(이하 ‘본인확
인의무’라 한다)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비대면 금융거래를 할 경우의 금융실명법에 따
른 본인확인의무 실행방법과 관련하여 은행연합회와 금융투자협회는 공동으로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을 마련하였고, 이를 금융실명법상 본인확인의무가 적용되는 모든 거래에
적용되는 것으로 정하면서 위 절차를 거친 경우 금융실명법 제3조 제1항의 실명확인의
무를 준수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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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 의하면, 비대면 금융거래를 하는 금융회사 등은 ① 실명
확인증표 사본 제출(고객이 주민등록증 등 실명확인증표를 사진촬영 또는 스캔 후 컴
퓨터 또는 모바일 기기를 통해 이메일, 파일 업로드 방식으로 제출), ② 영상통화, ③
접근매체 전달 과정에서 신분확인증표 확인(본인만 수취할 수 있는 우편 등을 통해 고
객에게 현금카드, 통장, OTP, 보안카드 등 접근매체 전달과정에서 실명확인증표를 확
인), ④ 타 금융회사에 개설된 기존 계좌 활용(타 금융회사에 이미 개설되어 있는 고객
의 기존 계좌로부터 금융회사가 소액이체를 받는 등의 방식을 통해 고객이 동 계좌에
대해 사용권한이 있는지를 확인), ⑤ 기타 이에 준하는 방법(생체정보 이용), ⑥ 타 기
관 확인결과 활용(공인인증서, 아이핀, 휴대폰과 같이 인증기관 등에서 신분확인 후 발
급한 파일, 아이디ㆍ비밀번호, 전화번호 활용), ⑦ 다수의 개인정보 검증(고객이 제공하
는 개인정보와 신용정보사 등이 보유한 정보를 대조)의 방법 중 필수적으로 ① ~ ⑤
방법 중 두 가지 이상을 중첩하여 적용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 ⑥, ⑦의 방법을 추가
적으로 거치도록 권고하고 있다.
3) 먼저 ‘① 실명확인증표 인증’ 절차에서의 본인확인의무 준수 여부에 관하여 보
면, 당시 성명불상자가 원고의 운전면허증 원본을 촬영한 1차 사본이 아닌 운전면허증
을 촬영한 사본을 재촬영한 2차 사본을 이용하여 위 실명확인증표 인증을 거친 사실은
당사자 사이에 다툼이 없다.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에서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에 관하여 명의인의 실명확인
증표 ‘원본’을 사진촬영 또는 스캔하여 제출하는 것으로 정하고 있음은 앞서 본 바와
같다. 여기에 앞서 본 증거들에 변론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실명확인증표 사본은 개인 간 업무상 필요에 의해서도 종종 주고받는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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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로 비교적 타인에게 노출이 쉬운 정보인 점, 실명확인증표 인증은 앱에 내장된 카메
라를 이용하여 실명확인증표를 촬영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바 피고는 신분증
원본의 실물 촬영을 전제로 본인확인절차를 운영하고 있는 점 등을 더하여 보면, 비대
면 실명확인방안에서의 실명확인증표의 인증은 신분증의 진위확인 여부에서 나아가
‘본인의 의사에 기하여’ 신분증 정보가 제시되었는지 여부를 담보하기 위한 절차라고
봄이 상당하므로 원본의 촬영에 의하여야 한다고 볼 것이다. 따라서 비대면 실명확인
방안에서의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은 이용자가 제시하는 신분증이 진정하게 발급된
것인지 확인하는 것에 불과하므로 1차 사본을 재촬영한 2차 사본의 제출로도 충분하다
는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고, 성명불상자로부터 운전면허증 사본을 촬영하는 방
식으로 제출받은 것만으로는 피고가 ‘①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 방식을 통한 비대면
실명확인의무를 다하였다고 보기 어렵다.
이에 대하여 피고는 신분증의 원본탐지기술은 아직 금융회사가 기술적으로 완성
할 수 없고, 당시 보편화되지도 않았으므로 비대면 금융거래방식에 이를 요구하는 것
은 부당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은 의무사항으로 실명확인증표
사본 제출방식 외에도 4가지 다른 방식을 규정하고 있으므로 기술적으로 실명확인증표
의 원본탐지기능을 도입하기 어렵거나 원본 촬영 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경우라면, 비
대면 금융거래를 주된 영업수단의 하나로 삼는 피고로서는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의 의
무사항으로 규정된 다른 방식을 선택하거나 대출신청자가 보유한 실명확인증표의 원본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였어야 한다고 판단된다. 영상통화를 추
가로 요구하는 방식, 이용자의 얼굴이 직접 노출되도록 실명확인증표를 촬영하도록 하
거나, 신분증을 입체적으로 촬영하는 등의 방식을 채택하여 본인확인조치 방법을 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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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였어야 한다고 보이고, 나아가 위와 같은 방법들이 기술적으로 현저히 어려운 조치
로 보이지도 않는다. 피고의 이 부분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4) 다음으로 ‘④ 기존계좌 활용’에 관하여 보건대, 피고는 2024. 8. 2. 12:03경 원
고 명의의 다른 예금계좌인 E F에 1원을 입금하고 다시 1회용 인증번호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본인확인을 하였는바 이는 비대면 실명확인방안 중 ④ 기존계좌 활용 방식에
해당한다.
5) 비대면 실명확인방안은 필수적으로 ① ~ ⑤ 방법 중 두 가지 이상을 중첩하여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바, 앞서 본 바에 의하면, 피고는 ① ~ ⑤ 방법 중 ④ 기존계
좌 활용 방법 한 가지만을 거쳤을 뿐이어서 본인확인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아니한
잘못이 인정되고, 피고가 수신한 전자문서는 ‘작성자 또는 그 대리인의 의사에 기한 것
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의하여 송신된 경우’에 해당한다고 인정하
기에 부족하다. 따라서 이 사건 대출약정의 효력은 원고에게 미친다고 보기 어렵고, 원
고의 피고에 대한 이 사건 대출약정의 원리금 채무는 존재하지 아니하며, 피고가 이를
다투는 이상 원고는 그 확인을 구할 이익이 있다.
4. 결론
그렇다면 원고의 청구는 이유 있어 인용하여야 할 것인바, 제1심판결은 이와 결론을
같이하여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
재판장 판사 최성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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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임은하
판사 김용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