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 판결문] 수원지방법원 2024카합10148 - 해지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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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원 지 방 법 원

제 3 1 민 사 부

결 정

사 건 2024카합10148 해지통보 효력정지 가처분

채 권 자 주식회사 B

소송대리인 변호사 정지영, 최규희, 김동환

채 무 자 한국전력공사

소송대리인 법무법(유한) 서울센트럴

담당변호사 천혜진

주 문

1.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의 해지통보무효확인 등 사건의 본안판결 확정시까지, 채권자

가 2022. 12. 29. 채무자와 체결한 ‘23년 경기본부 안산지사 고압A 공사계약’에 있

어서 채권자가 계약자의 지위에 있음을 임시로 정한다.

2. 채권자의 나머지 신청을 기각한다.

3. 소송비용 중 3분의 1은 채권자가, 나머지는 채무자가 각 부담한다.

신 청 취 지

1. 주문 제1항 기재와 선택적으로, 채무자가 2024. 4. 15. 채권자에게 한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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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23년 경기본부 안산지사 고압A 공사계약’에 관한 계약해지 통보의 효력을 정지

한다.

2. 채무자는 제1항 기재 계약에 있어서 채권자 이외의 제3자와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하

거나 공사도급계약에 따른 이행을 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 유

1. 기초사실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은 사실이 소명된다.

가. 채권자는 전기공사업법에 근거하여 전기 공사업자로 등록된 주식회사이고, 채무

자는 한국전력공사법에 근거하여 설립된 공기업이다.

나. 채권자는 2022. 12. 29. 채무자와 ‘23년 경기본부 안산지사 고압A 공사(계약번

호 생략)’에 관하여 계약기간을 ‘2023. 1. 1.부터 2024. 12. 31.’까지로 하는 내용의 배

전공사 전문회사 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이라 한다)을 체결하였다.

이 사건 계약 당시 그 계약 내용에 포함된 청렴계약 이행각서(특수조건, 이하

‘이행각서’라 한다)에는 ‘채권자의 임직원과 대리인은 입찰․낙찰․계약체결 및 계약이

행과정에서 관계직원에게 직․간접적으로 금품․향응 등의 부당한 이익을 약속․제공

하지 않겠고, 이를 위반한 사실이 드러날 경우 계약이행 이후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해지하여도 감수 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고, 배전공사 전문회

사 업무처리기준(이하 ‘업무처리기준’이라 한다)에는 ‘채무자의 임직원에게 금품․향응

제공 또는 전달행위에 대하여 대내․외 기관 조사결과 사실 확인시 계약 해지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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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채권자의 임원(이사)인 C은 2023. 7. 10. 채무자의 경기본부 안산지사를 방문하

여 채무자의 직원인 D 부장, E 차장 등과 안전관리 협의를 하다가 저녁식사를 하였다.

당시 위 저녁식사에는 채권자 측의 C과 채무자 측의 D, E 외에도 경기지역 전기공사

업체 소속인 F, G, H 등 총 6명이 참석하였는데, C이 채권자의 법인카드로 위 저녁식

사 비용 320,000원(이하 ‘이 사건 식사비용’이라 한다)을 결제하였다.

라. 채무자의 감사실은 채무자의 경기본부에 ‘채권자가 채무자의 직원인 D, E에게

저녁식사 비용 약 53,000원(이 사건 식사비용을 참석자의 수인 6으로 나눈 금액이다)

상당의 향응을 제공하여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하 ’청탁금지

법‘이라 줄여 부른다)을 위반하였다’는 내용(이하 ‘이 사건 비위사실’이라 한다)의 감사

결과를 통보하면서 그에 따라 채권자에 대한 부정당업체 제재 검토 등을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채무자의 경기본부 안산지사장은 2024. 1. 10. 채권자에게 업무처리기준에

근거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지한다는 내용을 통보하였고, 채권자의 이의신청에 따라

2024. 3. 26. 계약기준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여 심의위원 총 7명 중 4명의 의견에 따라

‘계약해지가 적정하다’는 결의가 이루어졌으며, 2024. 4. 15. 채권자에게 이 사건 비위

사실을 사유로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에 관한 법률(이하 ’국가계약법‘이라 줄여 부

른다) 제5조의2, 제5조의3, 이행각서, 업무처리기준 등에 근거하여 이 사건 계약을 해

지한다는 통보(이하 ‘이 사건 해지통보’라 한다)를 하였다.

2. 이 사건 신청이 부제소 특약에 위반되어 부적법하다는 취지의 채무자 주장에 관하여

가. 채무자는, 채권자가 이 사건 계약 당시 제출한 이행각서를 통하여 채권자와 채

무자 사이에 부제소특약이 성립되었다면서 이 사건 신청은 위 부제소특약에 반하여 부

적법하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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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이행각서(소을 제1호증)을 보면, ‘계약이행과 관련하여 관계직원에게 금품, 향응

등을 약속,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는 경우에는 당해 계약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해제, 해

지하여도 감수하겠으며, 민․형사상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 ‘입찰참가자격 제한, 계

약해지 등 귀사의 조치와 관련하여 당사가 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당사

를 배제하는 입찰에 관하여 민, 형사상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을 것을 서약한다’는

내용이 기재되어 있기는 하다. 그러나 부제소특약은 재판청구권의 포기를 의미하므로,

이를 인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해야 하고 당사자 사이에 어떠한 계약 내용이 부제소특

약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명확하게 드러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문언의 내용을 더욱 엄

격하게 해석하여야 하는데, 위 이행각서의 문언과 내용만으로는 사유나 경위를 불문하

고 채무자가 채권자에 대해 청렴계약 이행각서에 따른 의무 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

제․해지 등 불이익조치에 관하여 부제소합의를 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다. 나아가 이행각서 등은 이 사건 계약의 일방 당사자인 채무자가 자신이 발주하

는 공사를 수주하는 다수의 상대방과 계약을 체결하기 위하여 일정한 형식에 의하여

미리 마련한 계약 형식으로 이른바 약관에 해당한다. 만일 위 이행각서의 내용에 따라

어떠한 경우에도 채무자에 대해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부제소합의가 성립되었다고 한

다면 이는 부당하게 불리한 소송 제기 금지조항으로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하

‘약관법’이라 줄여 부른다) 제14조 제1호 등에 따라 그 효력이 부인될 여지가 많다.

라. 따라서 채무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3. 이 사건 신청원인에 관한 판단

가. 이 사건 비위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지 여부에 관하여

⑴ 채권자는, 이 사건 비위행위가 순번을 정해 돌아가면서 식사를 대접하는 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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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모임에서 C이 자신의 차례에 따라 식사비용을 결제한 것에 불과하므로 사회상규에

위반되지 않고, 평소 채권자가 C을 비롯한 직원들의 위반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상당

한 주의와 감독을 기울였으므로, 이 사건 비위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되는 행위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⑵ 그러나 앞서 본 소명사실에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비위행위는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다. 채권자의 위 주장은 이유 없다.

㈎ C과 D, E 사이에 직무상 이해관계에 따른 동기 이외에 반복하여 식사 등

을 대접하는 정도의 특별한 신뢰관계나 개인적 친분이 존재하였다는 점이 달리 드러나

지 아니하고, 친목모임에 불과하였다는 점이 충분히 소명되었다고 볼 수도 없다. 나아

가 채권자가 주장하는 친목모임의 일원이라고 할 수 있는 D, E은 채무자의 감사실 조

사과정에서 자신들이 제공받은 식사비용이 C 등과의 개인적인 친분에 따라 제공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주장을 전혀 하지 않은 채 오히려 이 사건 식사비용이 채권자 등 채

무자의 경기본부 안산지사 관내 전기 공사업자들로부터 제공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

정하는 취지로 진술한 바 있는데, 이에 비추어 보더라도 채권자가 주장하는 개인적 친

분에 기초한 친목모임의 실체가 있었는지도 의문이다.

㈏ 설령 채권자가 주장하는 친목모임이 어느 정도 사실이라고 가정하더라도,

모임이 결성된 경위, 이 사건 식사비용의 액수 등에 비추어 이 사건 비위행위가 사회

상규에 비추어 의례상의 대가에 불과하다거나 개인적인 친분관계에서 교분상의 필요에

의한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

㈐ ① 이 사건 식사비용의 제공자인 C은 채권자의 임원이고, C이 채권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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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인카드1)를 이용하여 결제한 점, ② 이 사건 식사비용의 액수가 작지 않은 점, ③ 이

사건 비위행위는 채권자와 채무자 사이에 안전관리 협의 직후 마련된 식사자리에서 일

어난 점, ④ D 및 E은 공통하여 이 사건 식사비용이 채권자 등 관내 전기 공사업자로

부터 제공받은 것이라는 사실을 인정한 바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이 사건 식사비

용이 채권자가 아닌 C 개인이 지출한 것이라거나 채권자가 이 사건 비위행위와 관련

하여 C에 대한 상당한 주의의 감독을 기울였다고 단정할 수 없다. 채권자가 그 주장과

같이 C 등 채권자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청탁금지법 등 교육을 해온 사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그 정도 사정만으로 위와 같은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

나. 이 사건 해지통보가 유효한지 여부에 관하여

⑴ 한편, 이 사건 비위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높더라도, 그와 별개

로 채무자의 이 사건 계약 해지 통보의 근거가 된 이행각서와 업무처리기준은 앞서 본

바와 같이 약관법의 적용을 받는 약관에 해당할 수 있고, 채권자의 공기업으로서의 지

위 등에 비추어 신의칙에 따라 공정하게 해석되어야 한다. 나아가 보건대, 이 사건 계

약은 공기업이 사경제의 주체로서 상대방과 대등한 지위에서 체결하는 사법상의 계약

으로 본질적인 내용은 사인 간의 계약과 다를 바가 없어 사적 자치와 계약자유의 원칙

을 비롯한 사법의 원리가 원칙적으로 적용되므로 공공기관이 부가한 계약내용이나 조

치의 효력을 함부로 부인할 것은 아니지만, 공공계약의 특수성에 비추어 그 내용이 계

약 관계 법령에 위반하거나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계약상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

이거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임이 분명하여 이를 무

효로 하지 않으면 공공계약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할 만한 특별한

1) 주식회사 I 명의의 신용카드이나 실제로는 채권자의 법인카드로 이용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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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정이 있는 경우에는 무효로 된다고 해석함이 상당하다(대법원 2017. 12. 21. 선고

2012다74076 전원합의체 판결, 대법원 2014. 12. 24. 선고 2010다83182 판결 등 참

조).

⑵ 앞서 본 이행각서나 업무처리기준에 규정된 ‘채권자가 채무자의 임직원에게

금품․향응을 제공하는 경우 계약을 해지한다’는 취지의 조항은 이 사건 계약에 관한

약정해지권을 정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기는 하다. 그러나 위 조항을 금품 등 제공의

경위나 그 액수 등 부정행위의 경중, 해당 계약의 이행 정도, 계약 체결이나 이행에 끼

친 영향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 문언 그대로 채무자의 임직원에게 금품 등이

제공되기만 하면 무조건적으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비례의 원칙에

반하여 계약상대방인 채권자에게 지나치게 가혹한 것으로서 무효로 될 여지가 있고,

이는 금품 등 수수로 인하여 계약 이행의 공정성이나 투명성이 저해되고, 계약목적의

달성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경우에 한하여 계약해지가 가능한 것으로 제한적으로 해석

하는 것이 타당(그렇지 아니할 경우 약관법 제9조, 국가계약법 제5조의3 및 동 시행령

제4조의3 등의 취지에도 위반될 소지도 있다)해 보인다[당초 채무자의 감사실은 채무

자의 경기본부 측에 이 사건 비위행위에 관한 감사결과를 통보하면서 행정상 조치 요

구사항으로 ‘채권자에 대한 부정당업체 제재 검토 및 결과회신’을 요구하였다(계약규정

제8조 제3항 등 참조). 그 후 2024. 1. 10. 채무자의 안산지사장이 채권자에게 업무처

리기준에 따라 계약해지 제재가 가해진다는 통보를 하자 채권자가 이의신청을 하였고,

이에 채무자 경기본부 계약기준 심의위원회가 개최되어 총 7명(사내 3명, 사외 4명2))

의 심의위원이 참석한 상태에서 이 사건 비위행위를 이유로 한 계약해지가 적정한지

2) 이 사건에 관한 채무자의 소송대리인도 포함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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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부를 심의하였다. 위 회의에서 ‘계약해지가 적정하지 않음’ 의견도 3명 있었으나 ‘계

약해지가 적정함’ 의견이 과반수인 4명에 달함에 따라 그 의견에 따른 결의가 이루어

졌으며, 이에 따라 2024. 4. 15. 이 사건 해지통보가 행해졌다. 그런데 채무자 주장과

같이 위 조항이 비례의 원칙 등 고려의 여지가 없이 무조건적인 계약 해지사유를 정한

것이라면 이에 대하여 계약해지가 적정한지 여부를 재심의할 필요가 있었을지 의문이

며 위와 같은 표결의 차이가 생길 사안인지도 의문이다(계약규정 제14조 등 참조)].

⑶ 앞서 본 소명사실에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해지통보는 그 요건을 갖췄다고 볼

수 없거나 채권자의 잘못에 비하여 지나치게 과중하므로 비례의 원칙에 위반되어 무효

로 볼 여지가 있고, 이는 본안에서 관련 쟁점에 관하여 신중히 심리하여 판단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 사건 신청은 그 피보전권리가 소명된다.

㈎ 앞서 본 것과 같이 이 사건 비위행위가 청탁금지법에 위반될 소지가 있기

는 하지만, 제공된 향응의 환산 금액이 인당 약 5만 3,000원 정도여서 이 사건 계약의

추정계약금액[2년 동안 약 54억 9,000만 원(부가가치세 포함)]과 비교하여 경미하고 그

횟수도 1회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 사건 비위행위가 이 사건 계약의 체결이나 이행 과

정에서 부당한 이익 내지 편의를 얻기 위한 의도로 행해졌다거나 채권자의 회사 차원

에서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볼 만한 구체적인 정황은 보이지 않는

다3).

3) 이와 관련하여 채무자의 대리인은 법정에서 채권자가 이 사건 비위행위 이외에도 상당히
큰 비리를 저질렀다는 취지의 언급을 한 바 있어, 그와 같은 사정이 이 사건 계약의 해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에 어떠한 요소로 작용하였는지 확인하기 위하여 관련 자료를 제출할
것을 권고하였으나 심리종결일까지 이와 관련된 구체적인 자료는 제출되지 아니하였다. 만
일 그와 같은 사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사유를 들어 별도로 채권자에게 제재를 가하는
것은 별론으로 하더라도 이 사건 판단에 있어 근거가 제대로 제시되지 아니한 사정을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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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사건 비위행위 전․후에 그 수수자인 D, E이 이 사건 계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등 그 직무를 집행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위법․부당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의

심할만한 정황도 보이지 않는다.

㈐ 계약의 해지는 이 사건 계약의 위반행위를 이유로 채무자가 할 수 있는

조치 중 가장 침익적인 조치에 해당한다. 채무자의 임직원에 대한 금품․향응 제공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제공의 경위나 금액, 횟수 등에 따라 위반의 정도에 차이가

있고, 이에 따라 단계적이고 개별적인 조치를 선택하는 것이 가능한데, 그 위반의 정도

와 관계없이 계약의 해지라는 가장 침익적인 조치를 무조건적으로 한다는 것은 계약상

대방에게 지나치게 가혹할 수 있다. 이는 업무처리기준상 위반행위의 횟수나 정도 등

을 고려하여 단계적이고 개별적인 불이익조치를 하도록 한 다른 위반행위(불법하도급

으로 부정당제재를 받은 경우4) 제외)의 경우와 비교하여 형평성에 반할 소지가 있다.

다. 이 사건 신청의 보전의 필요성에 관하여

⑴ 임시의 지위를 정하기 위한 가처분은 다툼 있는 권리관계에 관하여 그것이

본안소송에 의하여 확정되기까지 가처분권리자가 현재의 현저한 손해를 피하거나 급박

한 위험을 막기 위하여, 또는 그 밖의 필요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 허용되는 응급적․

잠정적인 처분이다. 그러므로 이러한 가처분이 필요한지 여부는 가처분신청의 인용 여

부에 따른 당사자 쌍방의 이해득실관계, 본안소송에 대한 승패의 예상, 기타 여러 사정

할 수는 없다.
4) 업무처리기준에서 불법하도급으로 부정당제재를 받은 경우에도 계약해지만을 제재수단으로

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기는 하나, 부정당제재 입찰참가자격 제한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제39조, 공공기관․준정부기관 계약사무규칙 제15조 등에 따라 일응의 판단여지
를 설정하여 공정한 경쟁이나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것이 명백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에 가하도록 되어 있는데다가 채무자는 계약규정 등에서 이에 관하여 별도로 공정계약 심
의위원회를 열어 심의를 거친 후 결정하도록 하고 있기도 하여 그 제재 단계에서 비례의
원칙 등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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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고려하여 법원의 재량에 따라 합목적적으로 결정하여야 한다(대법원 2007. 1. 25.

선고 2005다11626 판결 등 참조).

⑵ 앞서 본 소명사실에 이 사건 기록과 심문 전체의 취지를 종합하여 인정할

수 있는 다음과 같은 사정을 더하여 보면, 이 사건 신청은 주문 제1항 기재 범위 안에

서 그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

㈎ 이 사건 계약은 계약 당시 전담지역과 계약단가만 정해지고, 구체적인

공사금액은 채무자의 시공통보에 따라 정해지는 형태의 계약이다. 따라서 이 사건 해

지통보에 따라 이 사건 계약이 해지된 것과 같은 외형이 만들어진 현 상태대로라면,

채권자는 더는 채무자로부터 시공통보를 받을 수 없어 공사대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채권자의 전체 매출액 중 이 사건 계약과 같이 관급공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경

부터 지속적으로 증가하여 2023년 기준 약 83.5%에 달하고, 특히 이 사건 계약을 통한

매출액 비중이 절반을 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서 채권자가 이 사건 계약을

통한 공사를 수주하지 못한다면 채권자는 큰 경영상 위험에 처하게 될 우려가 높다5).

㈏ 향후 본안소송을 통하여 이 사건 해지통보가 무효라는 점이 밝혀지더라

도, 이 사건 계약을 통해 채권자가 시공할 수 있었던 공사의 범위와 그 공사의 이행을

통해 얻을 수 있었던 이익 등 채권자가 그 손해액을 증명하는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이 사건 계약이 그대로 유지되더라도, 계약의 형태를 볼 때 채무자가

어떠한 경제적인 손실을 입게 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비록 채무자의 업무처리기

준을 적용하는데 실무상 다소의 혼란이 생길 수는 있지만, 그것이 이 사건 가처분이

5) 비록 이 사건 계약 당시 정해진 추정공사금액이 채권자에게 확정적으로 보장된 것은 아니
었지만, 채권자는 이 사건 계약 및 채무자의 시공통보에 관한 내부 기준에 따라 전담 지역
에서 일정한 공사를 시공하고 공사금액을 받을 권리가 있었으므로, 채무자 주장과 같이 위
금액이 단순히 채권자의 기대이익에 불과한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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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각되어 채권자가 입게 될 피해보다 본질적으로 더 중요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 채무자는, 계약 해제․해지의 효력정지 가처분에서 계약 해지 등의 효력

이 없음이 본안 판결에 의하여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채권자는 손해배상의 방법으로 구

제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보전의 필요성 판단에 신중을 기해

야 한다는 내용의 대법원 2022. 2. 8.자 2021마6668 결정을 근거로 이 사건 가처분은

그 보전의 필요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위 대법원 결정 중 금전배상을 통해 구

제를 받을 수 있는 경우 임시지위를 정하는 가처분의 보전의 필요성 인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설시는 가처분의 일반론적 법리이고, 오히려 해당사안에서의 약정의 특수성(즉,

해당 사안에서는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에서 도시개발사업 참여로 분양이익을 분배받을

권리 정도만 정해져 있고 공사도급계약은 향후 협의하기로 하고 있어, 상대방의 협력

없이 공사도급계약의 체결이나 이행 자체를 강제적으로 관철할 수 없어서 해지의 효력

을 정지시키더라도 그 가처분의 목적을 실제로 달성하기 어려운 성질의 미완결적 약정

이라는 특수성이 있다)을 고려한 판시가 있어, 이를 그 성격을 전혀 달리하는 다른 계

약에까지 일반적으로 확대 적용할 수는 없고, 이 사건과는 전제가 되는 사실관계가 달

라서 원용하기도 적절하지 않다.

㈑ 비록 현재까지 이 사건 가처분의 본안소송이 제기되어 있지 않기는 하

지만, 가처분은 본안소송의 제기 전이라도 긴급한 사정이 있는 경우 발령할 수 있는

것이고, 채무자는 본안의 제소명령 신청(민사집행법 제301조, 제287조)을 통하여 채권

자로 하여금 본안소송의 제기를 강제할 수 있다. 나아가 채무자는 채권자가 향후 제소

명령에 응하지 않는다거나 사정변경이 있다면 이를 들어 이 사건 가처분을 통해 이 사

건 계약과 관련하여 채권자에게 부여된 임시의 지위가 부당하게 장기화되는 것을 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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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있는 가처분취소 신청을 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⑶ 채권자는 이 사건 신청은 통하여 신청취지 제2항과 같이 채무자에 대해 이

사건 계약과 동일한 내용의 계약체결 금지와 그 계약의 이행 금지를 구하고 있다. 그

러나 이 사건 계약 내용만으로, 채권자가 채무자에 대해 위와 같은 행위의 금지를 구

할 권리가 직접 도출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나아가 채무자가 이미 제3자와 이 사건

계약과 중첩되는 내용의 공사도급계약을 체결한 경우라면 이 사건 계약과 중복된다는

사정만으로 그 계약체결이 무효라고까지 보기는 어려울 수 있고, 이 사건 가처분으로

그 계약의 이행 금지를 명할 경우 제3자의 이익이 부당하게 침해되거나 또 다른 법적

분쟁을 발생시킬 소지도 있다.

한편, 주문 제1항과 같이 채권자에 대해 이 사건 계약에 관한 계약자 지위를

임시로 부여한다면, 공기업이라는 채무자의 기관 성격상 채무자가 이 사건 계약과 채

무자의 시공통보에 관한 내부기준에 따라 장래 채권자에게 시공통보를 할 것으로 보이

므로 주문 제1항과 같은 가처분만으로 이 사건 가처분의 목적을 일응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 밖에 현재까지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신청취지 제2항과 같은 가처

분을 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된다고 보기 부족하다.

4. 결론

그렇다면, 이 사건 가처분 신청은 위 인정 범위 안에서 이유 있어 이를 인용하고, 나

머지 신청은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하기로 하여 주문과 같이 결정한다.

2024. 6.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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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장 판사 조병구

판사 한상술

판사 최지원